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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명과 포장으로 점철된 욕망-박범신, 은교
    '나'를 만들기/취미 2012. 7. 23. 20:28

    '은교'를 접한건 한창 영화가 흥행하고 있을 때였다. 수험서를 사러 간 서점에서 왠지 모르게 눈에 들어와 함께 집어들었다. 의도적으로 눈에 띄는 자리에 전시되어 있었겠지만, 문학과 같은 장르를 즐겨 읽지 않는 나에겐 스스로도 의외의 행동이었다.

    시간이 날 때 사이사이, 틈틈이 읽어내려간 은교는 처음에 풋풋함과 아련함, 안타까움이 흐르는 장면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특히 인물에 대한 묘사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었다. 은교, 이적요, 서지우, 세명의 주인공은 각각 대표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선명하게 드러내주었다. 이렇게 이야기는 흔히 알고있는 잔잔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로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착각이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왠지 모를 불쾌감을 더해갔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다들 자신의 욕망을 가식과 변명으로 치장했다. 은교의 외모묘사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순수함의 이미지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깨어진다. 직접적인 언급이나 묘사는 없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의도적으로 이미지를 꾸민다고 생각된다. 또한 이적요는 고고함 뒤에 숨겨진 교활함과 이기적인 질투심을 저항할 수 없는 시간의 탓만으로 돌린다. 서지우는 순종적이고 우직함 뒤에 숨겨진 방탕함과 선생님에 대한 질투심을 또한 자신의 능력없음으로 포장한다. 이야기는 결국 비극으로 끝나고, 입안에 꺼끌꺼끌한 씁쓸함이 남았다.

    문학이란 사람마다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재료일 것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은 은교를 읽고 은교의 맑고 순수한 이미지를 크게 느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이적요를 보며 늙어감에 대한 쓸쓸함과 원망을, 다른 사람은 서지우와 함께 무기력한 자신에 대한 원망의 감정을 공유했을 것이다. 그리고 세사람이 얽혀가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그러나 아름다웠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같은 느낌들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그 못지 않게, 복잡하고 여러개의 페르소나를 가진 우리 모습을 제대로 써내려갔다고 평하고 싶다.

    마냥 아름답고 따뜻한 로맨스와 같은 이야기는 현실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환상과 같은 심상을 주는 이야기는 고전 로맨스로도 충분하다. 그래서 읽을수록 찝찝하고 꺼끌하지만 커피와 같이 그 씁쓸함을 즐길 수 있게되는, 그런 글을 접한 것으로 나는 평하고 싶다.


    은교

    저자
    박범신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04-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네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너를 사랑했다!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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